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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움과 단순함에 대하여 || 좋아 보이는 것들의 비밀

직장 매뉴얼/디자인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5. 8. 11.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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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함은 최종 목표가 아니라, 기발한 아이디어와 겸손한 기대의 부산물일 뿐이다."

- 폴 랜드 Paul Rand


철학적이고 시각적인 디자인으로서의 비움


비움과 단순성이 디자인에 어떻게 녹아드는지를 보여주는 완벽한 예는 하라 켄야의 작업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그는 저자이자 일본의 생활 잡화 브랜드인 무인양품 MUJI의 아트 디렉터입니다. 하라 켄야는 상품과 광고 그래픽, 산업 디자인에 비움의 원리를 다양하게 적용했습니다. 무인양품은 해외에도 점포를 뻗어 나가고 있는 일본의 생활용품 회사입니다. 무인양품이라는 이름은 "상표 없는 질 좋은 상품" 이라는 말에서 따왔습니다. 재활용하고, 낭비하지 않으며, 광고를 최소로 줄이고, 소박한 쇼핑 경험을 제공하자는 것이 무인양품의 기업 철학입니다. 반 상표 anti branding 운동을 기반으로 하는 무인양품의 철학은 단순성과는 미묘하게 다릅니다. 그러나 그 차이점은 아주 중요합니다.



하라 켄야는 무인양품의 광고를 두고 이렇게 말합니다.


"정보를 마구 뿌려대는 게 아니라 상호 교환을 이끌어 내고 싶습니다. 무인양품의 광고에는 빈 그릇이 나오는데, 보는 이들 스스로 의미를 채우도록 하기 위한 것이지요."


무인양품의 광고는 상표와 포장의 최소화를 추구하고, 소비자들은 저마다 개인적인 상호 교류를 통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광고를 해석합니다. 이 전략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이들에게 공감을 주었습니다. 하라 켄야는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 회사의 생태적인 감성이 좋아서 우리 제품을 산다고 하는 분도 계세요. 또는 저렴해서, 교외적인 분위기가 좋아서, 디자인이 단순해서, 아니면 그냥 상품의 원래 기능만 보고 사는 분도 계시지요."


무인양품의 철학은 이 모든 것을 아우릅니다. 즉, 필요를 따르는 철학입니다. 일본인들은 한정된 자원과 공간을 활용해 양심적이고 개방적인 디자인 미학을 만들기 위해 오랫동안 노력하였습니다. 이것이 미니멀하고, 튀지 않으며, 편안한 무인양품 광고에 잘 녹아있습니다.



서구 문화에서는 디자인 원칙으로 비움을 내세우는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오히려 실리적 계산, 문자적 그대로의 해석, 명백한 결과 등 구체적인 것을 선호합니다. 서구 산업 대부분에 그러한 성향이 반영되어 있고, 특히 광고는 그 총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비움과 단순성을 표현한 미니멀리스트 디자인의 사례가 드물게 발견되기도 합니다. TBWA Chiat Day가 만든 애플 컴퓨터 광고처럼 말이죠.



이 광고는 "다르게 생각하기(Think Different)"라는 문구 하나로 천재적이면서 반항아적 기질이 가득한 애플의 핵심 철학을 내세웠고, 이는 곧 미래 담론이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접근 가능한 기술을 개발한 애플이 인류를 구원할 것으로 여겼습니다. 특히 이 광고는 경쟁을 뛰어 넘어 애플을 훌륭하게 포지션 시켰을 뿐 아니라, 소비자들을 가능성의 세계 안으로 끌어들임으로써 상품 그 이상의 지위를 갖게 해 주었습니다.




단순성


단순성은 비움과 비슷해 보이지만 엄연히 다른 컨셉입니다. 단순성은 보는 이의 반응을 이끌어내려 하기보다, 정보를 줄이려는 방식에 가깝습니다. 불필요한 정보를 없애고 하나의 결론과 답을 제시합니다. 비움이 다양한 해석을 허용한다면, 단순성은 불필요한 정보를 제거하여 절대적인 하나의 결론만을 남겨둡니다. 따라서 비움은 늘 단순하지만, 단순성이 늘 비어있지는 않습니다. 단순성에는 이끌어내고자 하는 반응과 의도가 있습니다.


광고에서도 비움과 단순성은 달리 사용됩니다. 시속 80km로 운전하는 사람은 운전 외의 다른 것은 생각하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그럴 여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때 필요한 것은 간단명료한 신호뿐입니다. 도로 표지판은 단순하고 직접적이며 재빨리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목적을 구체적으로 실현합니다. 우회전, 좌회전, 정지, 출발 등 짧고 분명한 답을 줍니다. 이 상징 또한 심플합니다. 그러나 이 상징은 당신을 명확한 답으로 안내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의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는 정해진 답이라기보다 그 자체로서 질문인 셈입니다.



광고의 역할도 이와 같습니다. 보는 이와 반응을 주고받고 싶다면 모호하고 상징적인 언어를 쓰고, 보는 이에게 지시를 하고 싶다면 분명한 화법으로 말하면 됩니다. 그 예를 자동차 광고에서 살펴보겠습니다. 같은 상품인데도 의미는 서로 다릅니다. 예를 들어, 질주 본능을 일으키는 탁 트인 도로, 스포츠카의 근사한 라인, 무엇보다 지루한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을 호소하는 광고가 있는 반면 "어서 구매하세요! 다 팔리기 전에요!"처럼 할인이나 저렴한 연 이자를 직접적으로 외치는 자동차 광고도 있습니다.




* 이 글은 «좋아 보이는 것들의 비밀, Design by Nature» 도서의 일부를 발췌한 글입니다.


좋아 보이는 것들의 비밀, Design by Nature
  • 저자 : 매기 맥냅(Maggie Macnab)
  • 디자인에 보편적인 형태와 원리 적용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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