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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 선택의 치명적 오류 || 좋아 보이는 것들의 비밀

직장 매뉴얼/디자인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5. 8. 7.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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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행이 주택은행과 합병할 당시, 외국의 디자인 회사가 가지고 온 새 로고를 보고 좋아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직원들이 새로 디자인된 로고를 싫어한 이유는 단 한 가지였습니다. 컬러(우중충한 회색)가 잘못 선택됐다는 것.



10년이 흘러서 지금의 국민은행은 명실상부 한국을 대표하는 은행이 되었습니다. 국민은행이 소비자로부터 차별화된 브랜드 이미지를 심을 수 있었던 것은 로고의 역할도 컸습니다. 경쟁사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따뜻한 옐로와 따뜻한 그레이를 매치시켜 컬러 아이덴티티를 구축한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되었습니다. 시간이 흘러도 독창적이고 세련된 이미지가 지속해서 유지되도록 한 것입니다. 국민은행의 컬러는 만들어진 2000년 당시보다 미래를 내다본 컬러 선택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당신에게 클라이언트가 새로운 은행의 로고 디자인을 의뢰했다고 가정해보세요. 어떤 컬러를 정하겠습니까? 어쩌면 당신은 제일 먼저 신뢰성을 대표하는 블루를 떠올릴 것입니다. 은행처럼 돈과 관련된 기업이라면 어떤 가치보다 신뢰성이 단연 앞서야 합니다. 신뢰를 상징하는 블루를 먼저 생각한다 해도 잘못은 아닙니다. 그러나 한번 뒤집어 보세요. 은행 중에서 로고에 블루를 사용하지 않는 기업은 몇이나 될까요? 시중에 있는 스무 남짓한 은행 중에서 블루가 들어가지 않는 은행은 놀랍게도 단 두 곳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여기서 은행 로고를 디자인한 디자이너도 우리와 같은 생각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신뢰성이 느껴지는 기업이므로 컬러도 신뢰감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결국 올바른 색상을 선택하였으되, 차별화는 어려워지게 된 것입니다.



차별화에 대해서는 문제가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클라이언트가 메인 컬러를 블루로 고집했다고 가정해보세요. 서브 컬러는 어떻게 할까요? 블루가 메인이라서 차갑고 이성적인 느낌이 강하니 반대되는 느낌을 섞어 넣는 의미에서 붉은색을 쓰는 것이 어떨까 하여 레드를 떠올립니다. 그런데 레드보다는 마젠타가 21세기 트렌드라고 하니 마젠타로 결정합니다.... 만약에 이런 수순으로 컬러를 생각한다면, 안 됐지만 당신 생각은 이미 디자인되어 있습니다. 한국 산업은행과 부산은행의 로고가 그것이죠.



한국산업은행과 부산은행은 메인 컬러 두 가지에서 큰 차이를 찾을 수 없어 소비자들이 두 기업을 같은 느낌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감수해야 할 것입니다.


마젠타 대신에 오렌지를 선택했으면 어땠을까요? 그랬다면 오렌지의 유아틱한 느낌 때무에 클라이언트가 받아들였을 가능성이 희박합니다. 디자이너의 머릿속이 얼마나 복잡하게 돌아갔을지 모르는 바는 아니나, 예기치 못한 컬러를 제시하는 동시에 설득력이 있는 컬러를 찾아내는 것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절대적으로 실력입니다. 차별화되지 못한다면 단언컨데 기억될 수도 없습니다. 기억될 수 없는 디자인을 했다면 어떻게 책임질 수 있을까요?


경우에 따라서는 일부러 비슷한 컬러를 정하는 예도 있습니다. 말 그대로 업혀가는 효과를 누리려고 하는 경우입니다. 소비자들은 약간의 차이를 잘 구별하지 못합니다.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의도적으로 그렇게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디자이너라면 자존심을 걸고 제발 그렇게 하지 않길 바랍니다.


- 좋아 보이는 것들의 비밀, 컬러 저자 김정해



* 이 글은 «좋아 보이는 것들의 비밀, 컬러» 도서의 일부를 발췌한 글입니다.


좋아 보이는 것들의 비밀, 컬러
  • 저자 : 김정해
  • 컬러 차트 없이 디자인 할 수 없다면 당신은 반드시 이 책으로 다시 공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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