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3년차인 숙희에게 불행의 그림자가 드리운 것은 남편이 급성 백혈병 진단을 받으면서였다. 남편의 병을 고치기 위해 좋다는 약은 다 써보고 유명한 병원은 모조리 다녀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결국 숙희의 남편은 2년을 넘기지 못하고 사망하였다. 그동안 약값이며 병원비로 있는 돈 없는 돈 다 끌어다 쓴 터라, 남편이 남긴 것이라고는 빚만 2억원이 넘었다. 숙희는 어쩔 수 없이 남편의 재산 상속을 포기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숙희는 남편이 10억원짜리 사망보험을 들어둔 것을 알게 된다. 게다가 수익자를 숙희로 해놓았다. 보험회사 직원은 숙희가 남편의 재산을 받는 것이 아니라 보험수익자로서 받는 숙희의 보험금이기 때문에, 숙희가 상속을 포기했더라도 남편의 사망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상속세는 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미 상속을 포기했는데 왜 상속세를 내야 하는 건지, 그리고 내 보험금을 내가 받는 것이라면서 왜 상속세를 내야 하는 건지, 숙희는 도무지이해할 수 없었다.
숙희는 상속세를 내야 한다. 숙희가 받은 사망보험금은 민법상으로는 상속재산이 아닐 수 있지만, 세법에서는 상속재산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리고 상속을 포기했더라도 상속받은 재산이 있으면 상속세를 내야 한다.
사망보험금을 민법에서는 상속재산으로 보지 않는데, 세법에서는 왜 상속재산으로 보는 것일까? 그것은 피상속인이 보험수익자인 경우와 형평성을 맞춰 공평하게 과세하기 위해서이다.
보험에 가입할 때에는 보험가입자, 피보험자 그리고 보험수익자를 정하게 된다. 보험가입자는 보험계약을 하는 자이고, 피보험자는 보험사고의 대상이 되는 자이며, 보험수익자는 보험사고가 발생 1했을 때 보험금을 수령하는 자를 말한다.
남편이 자신을 보험계약자이자 피보험자 그리고 보험수익자로 정했다고 가정해 보자. 이 경우 남편이 죽으면 남편 자신이 보험금을 수령하고, 그 보험금은 상속재산이 된다. 따라서 상속포기를 한 숙희는 한푼도 못 받더라도, 보험금은 남편의 상속재산으로서 다른 상속인들에게 상속될 수 있다. 물론 이때에 보험금에는 당연히 상속세가 과세된다.
하지만 남편이 자신을 보험계약자이면서 피보험자로 하고, 숙희(또는 상속인)를 보험수익자로 해서 보험에 가입했다면 어떻게 될까? 이때 남편이 남긴 보험금은 민법상으로는 상속재산으로 보지 않는다. 보험계약의 효력상 숙희가 자신의 고유한 재산을 수령하는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보험사고가 발생하면 숙희가 받기로 되어 있던 금액이므로, 남편의 재산을 상속받는 것이 아니라고 보는 것이다. 2
이런 경우에는 숙희가 상속포기를 했더라도 남편이 가입한 보험의 보험금을 수령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런데 상속재산이 아니라고 해서 수령한 보험금에 대한 상속세도 내지 않는 것은 아니다.
남편이 보험수익자일 때는 과세하고 숙희가 보험수익자일 때는 과세하지 않는다면 형평성의 문제가 생긴다. 똑같이 남편이 가입한 보험이고, 두 경우 모두 결국엔 숙희가 보험금을 수령하게 되므로 경제적 이익도 같고 세금을 부담할 능력(담세력)도 동일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세법은 피상속인이 보험가입자이거나 실질적으로 보험료를 납부한 상황이라면 그 보험금을 상속재산에 포함시켜 과세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 민법과 세법이 보험수익자의 보험금을 서로 달리 본다는 것을 이해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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