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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서 발견할 수 있는 타이포그래피 || 좋아 보이는 것들의 비밀

직장 매뉴얼/디자인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5. 8. 22.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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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가 없는 곳은 없다


인류의 탄생 이래로 의사소통을 위한 기호 체계인 문자는 인류 역사상 최고의 발명품이며 사람들 사이의 중요한 소통 도구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여기저기에 산재해 있는 글자의 숲에서 살고 있으며 글자가 없는 곳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지금 시선을 돌려 주변을 살펴보세요. 선반에 꽂힌 책의 글자, 각각 제 목소리를 내는 상점 간판 글자, 그리고 안내 표지판의 글자, 핸드폰에서 울리는 친구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글자, 각자를 소개하는 여러 가지 제품들의 글자 등 잠깐만 둘러봐도 글자가 없는 곳을 찾기란 쉽지 않습니다. 주벼에 산재해 있는 글자만 둘러보더라도 마치 글자들이 쏟아져 내릴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느끼지 못하지만 우리가 공기 중에 산소를 필요로 하듯, 많은 정보들을 글자를 통해 전달 받게 도비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우리는 글자를 이용한 소통에 많은 부분을 의지하고 있으며 글자가 없는 환경은 상상조차 하기 힘듭니다.


글자는 말을 적는 일정한 부호의 체계입니다. 일차적으로 글자는 의미와 정보를 전달하는 실용적인 기능이 있습니다. 정보를 전달하는 기호인 글자 모양은 하나로 정해진 것이 아니라 매우 다양하며 개성을 갖습니다. 이렇게 많은 모양을 갖는 이유는 내용을 보다 설득력 있게 표현하면서 수월하게 읽힐 수 있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2차적으로 글자는 시각적인 이미지 전달로서의 기능을 갖습니다.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적합한 소리로 전달했을 때 사람들이 쉽게 받아들이고 이해할 수 있듯이, 전달하려는 바를 글자로 적합하게 표현할 때 보는 이의 이해를 높일 수 있습니다. 타이포그래피는 시각적으로 언어를 전달하는 것입니다. 딱딱한 모양의 글자는 공식적이고 권위적인 느낌을 주며, 부드러운 글자는 편안하고 안락한 느낌을 전합니다.


많은 글자들이 모인 상점 안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식료품 가게의 식품 대부분은 맛과 특성에 대해 안내하는 상표가 붙어 있습니다. 만약 이 상표들의 서체가 딱딱한 직선 형태라면 어떨까요? 맛의 느낌을 상상해 볼 수 있을까요? 뭔가 부적절하고 맛이 없다는 느낌을 받을 것입니다. 우리는 제품 자체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지 못하지만 글자가 주는 느낌을 믿고 맛을 상상하며 제품을 구하기도 합니다. 타이포그래피가 아닌 색상이나 드른 정보를 통해 맛에 대해 상상할 수도 있지만 맛을 대변할 수 있는 타이포그래피를 이용해 라벨 디자인을 한다면 소비자가 쉽게 맛에 대한 정보를 받아들일 수도 있습니다. 모든 음식 라벨이 규격화된 일정하고 딱딱한 서체로 구성되어 있다면 수많은 맛과 정보에 대하여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어렵습니다. 적절한 글꼴의 형태가 아니라면 어떤 맛을 내고 무엇이 들어 있는지 알기 쉽지 않습니다.



거리로 나가 음식점 간판을 둘러보세요. 어떤가요? 마찬가지로 여러 맛집을 대표하듯 색감을 더한 다양한 글자들이 한껏 제 멋을 드러내고 있을 것입니다. 글자의 느낌을 보면 우리는 어떤 음시점일지 대략 감을 잡게 됩니다. 가령 붓글씨로 표현한 간판을 보면 전통 맛집을 생각하게 되고, 정적인 느낌의 명조체 혹은 세리프 계열의 서체를 사용했다면 개성이 강한 퓨전 느낌보다는 정통적인 느낌을 전달 받을 것입니다. 반대로 강한 고딕 계열 서체라면 현대적이고 개성이 넘치는 퓨전 음식점 이미지를 느낄 수 있습니다.


뉴욕 거리


음식점과 식품에 표시된 상표 글자체와는 다르게 딱딱하고 정적이며 글자 모양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단지 가독성을 중시하는 글자들도 있습니다. 이러한 타이포그래피는 느낌이나 이미지를 전달하기보다는 객관적인 사실 전달에 치중한 타이포그래피입니다.


예를 들어 주의를 주고 위험을 알리는 거리의 문구, 사사로운 감정을 담지 않는 신문의 글자, 혹은 거리의 안내 사인 같은 정보 전달 위주의 타이포그래피는 가독성을 중시하며 중립적인 느낌을 취합니다.


안내 사인, 경고를 주는 문구, 그리고 정보 전달이 목적인 신문 등의 글자가 곡선이 많고, 부드럽고, 장식이 많아서 잘 읽히지 않는다면 어떨까요? 아마도 가독성이 떨어져서 정보를 제대로 전달할 수 없을 것이며, 강한 경고의 문구라고 하더라도 경각심을 불러일으키지 못할 것입니다.


도로 표지판의 글자들이 동글동글한 귀여운 서체이거나 손으로 쓴 듯한 모양이라면 어떤 느낌일까요? 일단은 가독성이 떨어지고 공식적인 장소라는 느낌보다는 감정적인 글꼴 형태에 의해 테마파크로 여겨질 수도 있습니다.


이탈리아 포지타노 마을의 방향을 알려 주는 레스토랑 및 각종 상점 표지판


도로 표지판과 안내 사인은 거리 디자인의 큰 영역을 차지하고 한 나라의 시각 문화에 영향력을 주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주관적인 성격을 담은 글꼴보다는 객관적인 형태의 글꼴이 적합합니다.


서체로 인하여 어떤 느낌과 의미를 전달 받을지 염두에 두고 서체를 사용해야 합니다. 우리는 글을 읽어서 의미를 알기 전에 서체의 느낌으로 타이포그래피를 접합니다. 잘못된 서체 선택으로 인하여 잘못된 정보를 주거나 착각을 불러일으킨다면 올바른 서체를 선택했다고 볼 수 없습니다.


도로의 교통 표지판


전문적인 디자이너가 아니더라도 글자를 다루는 일은 누구에게나 일어나는 일입니다. 휴대전화의 폰트를 설정하거나, 문서를 편집하거나, 외부에 편지를 보내거나, 창업을 위해 간판에 사용한 글꼴을 정하거나, 본인을 설명할 개인 정보를 담을 명함을 만들거나, 개인 블로그나 웹 사이트를 만드는 등 글자를 선택하고 쓰는 것은 우리 생활에서 뗄 수 없습니다. 수없이 많은 부분에서 우리들은 글자 모양을 고민하며 좋은 활자를 선택하기를 갈망합니다. 좋은 서체를 선택하기를 갈망하는 것은 좋은 이미지를 전달하고 높은 가독성을 위해서 입니다. 서체를 선택하기 위해 고민하기 시작하는 것부터 이미 타이포그래피 영역으로 들어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디자인 영역이든 아니든 서체를 적절하게 골라서 메시지 전달을 강화할 수 있다면 더 높은 소통의 도구로 글자를 활용하는 방법을 아는 것입니다.


디자인 산업의 발달로 타이포그래피는 더 이상 정보 전달을 위한 도구가 아닌 디자인의 핵심 역할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타이포그래피는 읽히는 동시에 보이는 시각적 언어입니다.


과거 타이포그래피의 역할이 정보를 전달하거나 글자를 꾸미고 아름답게 표현하는 수동적인 역할에 지나지 않았다면 현대 타이포그래피는 글자 자체로 디자인적인 아름다움을 표현할 뿐만 아니라 형태를 재해석하여 글꼴만으로도 전달하기 힘든 감정까지 전달하는 능동적인 역할을 하게 되었습니다. 즉, 타이포그래피에 부드럽고, 강하고, 조용하고, 소리를 지르는 언어적인 뉘앙스를 담을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위해 다양한 글꼴이 필요하며, 다양한 글꼴을 제대로 다룰 줄 아는 능력이 겸비되어야 합니다.


파리 사랑의 벽





* 이 글은 «좋아 보이는 것들의 비밀, 타이포그래피» 도서의 일부를 발췌한 글입니다.


좋아 보이는 것들의 비밀, 타이포그래피
  • 저자 : 이혜진
  • 타이포 그래피의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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